[이데일리] (전편에 이어서) 1995년 5월 말경 L회장과 나는 함께 사우나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김 지점장, 내일 삼미특수강이 상한가를 칠 거야.” “회장님, 무슨 좋은 정보라도 있습니까?”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빙긋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정보는 무슨 정보, 만들면 정보지. 여하튼 한번 두고 봐.”
다음날 나는 정말 삼미특수강이 상승하는지 살펴보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침부터 상한가로 시작한 주가는 오전 내내 움직이지 않다가 오후 들어 잠시 상한가가 무너졌다가 곧바로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오후 3시, 장이 끝나자마자 L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무슨 좋은 정보라도 입수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람아, 정보는 무슨 정보, 돈이 말해주는 거지.”
그것은 L회장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돈으로 삼미특수강을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상한가를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돈이 말해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차!’하고 무릎을 쳤다. 이 말은 좋은 정보가 있어야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 온 나의 고정관념을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나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이튿날 고려증권 명동지점에 가서 직원들에게 삼미특수강에 대해 물어보았다. 상한가를 친 배경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직원들은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면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매출이 대폭으로 늘어난다는 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정보였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이번 삼미특수강의 경우에는 주가가 올라간 뒤에 ‘왜 올랐을까?’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아무거나 정보를 갖다붙인 격이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그럴듯한 정보로 둔갑하는 것이다.
물론 큰손이나 일부 작전세력들이 큰 자금을 가지고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또 그런 일은 증권사 직원들에게는 상식에 불과했다. 그래서 들리는 말이나 신문지상에 이런 말이 있어도 그 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L회장의 “정보는 무슨 정보, 돈이 말해주는 거지”라는 말을 직접 듣고 주가가 강하게 오르는 것을 목격하게 되자 나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고, 이후로 주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정보가 먼저냐 주가가 먼저냐 II"에서 계속...
* 이데일리ON 김동조 소장의 칼럼은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칼럼 더보기 [클릭] * 김동조 소장의 “주식홀로서기 파워분석법” 입문편(무료방송)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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